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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의 밤...공항에서 호텔까지 이어진 낯선 풍경과 소들의 천국

by 트래블아이 2024. 5. 27.

델리 외곽에 위치한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저녁 11시 30분이었다. 처음 맛본 와인의 영향일까, 아니면 비즈니스 석에서 깊은 잠을 잔 덕분일까? 8시간의 장거리 비행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인도 델리 풍경(사진=픽사베이)


승무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메고 비행기에서 나왔다. 21kg이나 되는 카메라, 삼각대, 노트북이 들어 있는 배낭이었다. 비행기를 빠져나오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색, 주황색, 밤색 등이 섞인 카페트였다.

공항 내 안내판들은 영어와 힌디어로 쓰여 있었다. 이곳이 신축된 제3터미널인 것 같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제법 오랜 시간 이동했는데, 카페트의 냄새가 점점 강해지며 후각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답답함이 이 카페트 냄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국제선 터미널치고는 천장이 너무 낮았다. 신축 건물보다는 리모델링한 건물 같았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자 커다란 신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구청사와 신청사가 연결된 모양이었다.

후덥지근한 공기와 카페트 냄새가 옷에 스며들면서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다가 조급함 때문인지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인디라 간디 공항 신청사의 상징인 입국대기장 벽면에 설치된 시바신의 손들은 매우 생생했다.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외국인과 인도 승객들을 구분하여 입국 심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간단한 신분 확인 후 입국 스탬프를 찍어준 심사관이 미소를 지었다. '나마스떼'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그 미소는 '반갑다, 즐거운 여행해라'라는 의미일 것 같았다. 그 미소 덕분에 처음으로 긴장이 풀렸다.

밖으로 나오니 인도 전문 여행사 '인도로 가는 길'에서 미리 알려준 대로 델리에서 온 마이클이 작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트래블아이, TRAVELi 세계일주배틀수상자'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 같다. 마이클과 인사를 나눈 후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다. 여기저기서 드릴 소리와 바닥 자재를 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마이클은 어딘가로 통화를 한 후 우리를 이끌고 주차장을 지나 도로 한쪽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차량 한 대가 비상등을 깜빡이며 우리 앞에 멈췄다.

일행은 '다마스' 비슷한 미니 봉고에 짐을 실었다. 차에 타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후덥지근한 밤공기와 낯선 풍경이 어둠 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힌디어와 영어로 적힌 안내판이 인도에 왔음을 상징적으로 알려주었다.

차가 빠르게 달리면서 차창 밖 사물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자동차 사이로 소들이 지나가거나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클락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소들은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거나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소들의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빠르게 달리는 차창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도로 한가운데 누워 있는 사람이었다. 양방향 차선을 표시해 놓은 잔디 위에 누워 자고 있었다.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길이나 벤치 위에 누워 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가시거리가 짧은 도로 위에 사람들이 자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고 불안하게 보였다.

어디쯤 왔을까? 달리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늦췄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목을 빼고 기사의 앞쪽을 보니 차량 행렬이 멈춰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차량 앞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잠시 후 차량이 빠지면서 정체된 원인이 밝혀졌다. 원인은 소들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세 마리 가족단위의 소들이 도로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워있는 소들 때문에 도로는 혼잡했다. 그러나 몇 분 후 경적 소리와 헤드라이트 때문에 소들은 도로를 벗어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덕분에 우리가 탄 차는 무사히 빠르간지(Pahar Ganj)에 있는 스털링 인(Sterling Inn) 호텔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본 빠르간지는 지금은 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빈민촌을 연상케 했다. 파헤쳐진 도로와 허물어진 건물들,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 길 위에서 혹은 평상 비슷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과 소똥과 쓰레기 냄새가 뒤섞여 악취를 풍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골목이 살아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새벽 1시에 사이클 릭샤꾼들이 복잡하고 지저분한 골목을 능숙하게 빠져나가고, 가로등 아래에 모여 있는 젊은 사내들이 런닝과 반바지 차림으로 떠들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골목의 풍경은 갑자기 흑백에서 칼라로 바뀌는 듯했다.

 

[뉴델리 10대 명소]

뉴델리는 인도의 수도로서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도시다. 다음은 뉴델리에서 꼭 방문해봐야 할 주요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레드 포트 (Red Fort): 17세기에 무굴 황제 샤 자한에 의해 건축된 이 성채는 붉은 사암으로 지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인디아 게이트 (India Gate): 1차 세계 대전과 제3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전사한 인도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대형 아치형 기념비다.

꾸뜹 미나르 (Qutub Minar):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벽돌 첨탑으로, 12세기에 건축된 이슬람 건축물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후마윤의 묘 (Humayun's Tomb): 무굴 황제 후마윤을 위해 지어진 묘지로, 타지마할의 건축에 영감을 준 건축물이다.

로터스 템플 (Lotus Temple): 연꽃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바하이교의 성전으로, 모든 종교의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평화의 장소다.

라지파트 (Rajpath): 인디아 게이트에서 대통령궁까지 이어지는 길로, 인도의 공화국 기념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카눅 플레이스 (Connaught Place): 뉴델리의 중심에 위치한 상업 지역으로, 쇼핑, 식사,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

잠마 마스지드 (Jama Masjid): 인도의 가장 큰 모스크 중 하나로, 무굴 황제 샤 자한에 의해 건축되었다.

국립 박물관 (National Museum): 인도의 역사, 예술, 문화에 대한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악샤르담 사원 (Akshardham Temple): 현대적이며 웅장한 힌두 사원으로, 아름다운 조각과 정원이 특징이다.

이 명소들은 뉴델리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다. 각 명소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둘러보면 좋다.